센터소식

너굴맨의 생명도 소중하다굿~!!
작성일 : 2018-11-23 10:46:02.0조회 : 1807


야생동물센터에서는 야생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물려 구조되기도 합니다. 상처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동그란 구멍이 마치 이빨로 문 것처럼 규칙적으로 생겨있고 주로 목 근처에 남아있습니다. 이런 경우를 "교상"에 의한 구조라고 합니다. 주로 포식자공격 혹은 개체간의 싸움이 있었겠죠. 그 중 한 사례를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.

 

 물린 너구리

물린 너구리 

 

 

교상에 의해 구조된 너구리입니다. 이 너구리는 2018년도 4월쯤 태어나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야생으로의 첫걸음을 준비하고 있었을 겁니다. 너구리는 번식시기에 가족단위로 생활하다 어미에게서 독립하는데, 독립 후 자신의 행동권을 형성하기 위해 이주의 과정을 거칩니다. 참고로 너구리는 숲의 가장자리를 선호하는 종인데, 우리가 도시를 키우고 도로를 늘리는 것이 숲 안쪽 면적은 줄이는 반면, 가장자리를 늘려 적응력이 강한 너구리가 살 곳을 넓혀 주기 때문에 개체수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. 이주 과정에서 너구리는 많은 동물을 만나 경쟁, 과시, 구애, 공격행동 등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고 야생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지는 것이죠.

 

구조 당시, 너구리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깊게 파인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, 그 안에는 구더기가 들어있었습니다. 이 구더기증으로 보아 상처가 생긴 지 시간이 꽤 지난 상태임을 알 수 있었고, 패인 상처는 누군가와의 다툼을 암시하였습니다. 과연 누가 너구리를 이렇게 공격할 수 있었을까요? 너구리에게 이러한 상처를 입힌 건 다름 아닌 "개" 였습니다. 너구리는 평균 3~5kg의 무게로 중형견보다 작은 몸집을 가집니다.

 

 물린 상처

 목 아래쪽에 물린 상태로 동그란 형태의 상처가 선명합니다.

 

서울은 도시 생태학적 관리방법에 따라 수변부에는 산책로를, 산 속은 생태공원과 같은 휴식처를 만들어 두었습니다. 보통 이런 자연친화적인 장소는 산책과 운동을 위한 장소로 많이 사용되는데, 그 곳에서 이미 살고 있던 야생동물을 위해 일정 부분 양보하여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. 경관생태학적, 보전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야생동물과 인간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지요.

 

생태공원의 너구리 

광명시 안터생태공원의 너구리 

 

 

도심지를 벗어나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정취를 담고 있는 이 곳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편이지만 너구리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보금자리이지요.

 

개는 가장 먼저 가축화된 동물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모든 의식주를 제공받는 반려동물입니다. 나의 반려동물이 "또 다른 개체를 공격하면 안 돼" 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입니다. 때문에 법적인 측면에서는 목줄을 꼭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죠. 일부 사람들은 본인의 강아지가 소중하여 산책 시에 목줄을 풀어 자유를 느끼게 해주려고 합니다. 이 때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공격한다면 누구의 잘못일까요? 강아지에게 잘못은 없습니다. 관리를 부주의하게 한 보호자의 잘못이 아닐까요? 자신의 반려견이 소중한 생명체인만큼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 또한 소중한 생명체임에는 틀림없습니다.

 

 개에게 물린 집비둘기

 개에게 물린 집비둘기. 필자가 보기엔 개도 비둘기도 모두 안타까운 상황입니다. (출처 : www.amazonnaws.com)

 

 

생태계 속 먹이망 형태의 먹이사슬과 야생 속 약육강식은 여러 요소들에 의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생태 순환의 하나입니다. 반려동물의 공격은 이 순환과정을 역행하는 명백한 생태계 교란에 해당되며, 관리 부주의에서 나타나는 의미 없는 살생입니다.

 

야생동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배려해달라는 것보다 지금 당신의 반려동물은 어떠한 지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.

 

서울시야생동물센터

재활관리사 김태훈